영화 남한산성)전투보다 신념의 대립

영화 남한산성The Fortress,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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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곡을 찌른다. 권력에 살짝 발만 담가도 백성들을 하찮은 존재로 여겨 툭하면 동원하고, 생색내며 베푸는척했다가 아무렇지도 않게 뺏기를 일삼는다. 이런 양상은 혼란기에 더욱 극심해진다. 오욕으로 자리한 병자호란 당시라면 백성들의 곤함과 조정에 대한 불신이 무엇과도 비할 수 없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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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기 기대작으로 손꼽았던 영화 <남한산성>. 김훈 작가의 동명 소설을 기반으로 제작된 영화 <남한산성>은 1636년 인조 14년을 배경으로 한다. 병자호란 당시 궁을 떠나 47일간 남한산성에 피신했다가 결국 청나라 황제에게 머리를 숙였던 굴욕의 시기를 담았다.당시, 끝까지 청나라에 맞서 싸우자고 주장한 척화파 김상헌과 화친하여 훗날을 도모하자고 주장한 주화파 최명길의 대립을 중심으로, 혼란한 조정과 흔들리는 임금, 이로 인한 백성의 고단함을 펼쳐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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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헌(김윤석)의 성격과 소신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인조반정을 통해 왕위에 오른 인조(박해일)는 (광해군과 달리) 후금(여진족, 훗날 청나라)을 배척하는데~ 후금은 명나라를 치기 위해 조선을 먼저 정복해야 후한이 없을 것으로 판단, 조선을 침공한다. 이것이 1627년의 정묘호란인데 당시 광해군을 옹호한 강홍립은 이들의 길잡이가 되어 압록강을 건넜고 김상헌은 적의 앞잡이 노릇을 한 강홍립을 강하게 비판했다는 이야기가 오버랩됐다.적을 이롭게 할 우려가 있는 자를 강하게 응징한다는 의지는 높이 사지만 그 대상이 단지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이 행하는 궁핍한 백성이라면 문제는 달라진다는 데까지 생각이 미치자 김상헌의 행동에 온전히 수긍할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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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명길(이병헌)은 ‘죽음은 견딜 수 없으나 치욕은 견딜 수 있다’면서 청나라와의 화친을 주장했다. 비록 치욕을 겪는 한이 있어도 죄 없는 백성들의 희생을 최소화하고 훗날을 도모한다면 그 편이 더 현명하다는 생각이었을 터. 그러나 명분을 중시하는 소위 ‘식자’층에겐 비난거리가 되기 충분했다. 최명길은 누군가 책임져야 할 ‘그 일’을 기꺼이 떠맡았다.최명길은 인조를 추대한 일등공신이었고 인조는 광해군과 달리 명나라와의 관계를 중시했으며 최명길 역시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정묘호란을 통해 후금과 강제적으로 형제의 맹약을 맺은 후, (후금에서 이름을 바꾼) 청나라는 당치 않는 군신관계를 요구하며 조선을 침략한다. 상황이 급박해지자 항전을 도모했으나 남한산성에 갇혀, 눈보라와 강추위, 굶주림에 시달리는 백성들을 위해 굴욕적인 화친을 호소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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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사의 중심축은 김상헌과 최명길의 대립이지만 결국 그들의 생각 근저엔  ‘백성’이 있었다. ‘봄에 씨를 뿌리고 가을에 거두어 겨울에 배를 곯지 않는 세상’을 꿈꾸는 평범한 백성들을 위하는 마음이 두 사람의 신념으로 작용했던 거다. 따라서 누구의 생각이 옳고 그른지 가늠하기란 매우 어렵고 무의미할 수 있다. 다만 김상헌이 후회 속에 내뱉은 그 말…

 ~는 것만은 새겨둘만하다. 두 충신의 빛나는 신념 사이로 얼핏 비치는 것들이 많은 생각을 불러왔다. 외부와 고립된 남한산성에서 추위와 배고픔에 시달리고, 내부적으로는 의견 대립으로 혼란스럽고… 이 모습이 마치 2017년 오늘날의 모습과 흡사한 듯하여…김상헌이나 최명길처럼 신념으로 부딪는 대신 사사로운 이익에 치중하고, 자신들의 치부를 덮기에 급급하며, 명분인 양 포장한 칭얼거림으로 우매한 자들을 속이려고 하고, 책임은 나 몰라라 하는… 교활한 영의정 같은 부류의 정치인들은 반드시 이 말을 새겨들어야 할 것이다. ‘낡은 것이 사라져야 원하는 세상이 온다’는 역사의 가르침은 늘 ‘백성’을 향해 시선을 두어야 한다는 말과 같은 뜻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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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남한산성>은 묵직하고 깊었다. 치열하고 스펙터클한 전투 장면을 예상한 이들이라면 다소 맥빠질 수 있겠으나 이 작품은 전투보다 신념의 대립이 치열하다. 김상헌과 최명길의 뚜렷한 소신을 담은 말 한마디 한 마디는 명언 그 자체. 연기력 출중한 주. 조연 배우들 덕분에 꽤 긴 시간이 건만 지루함 없이 볼 수 있었다. 정통 사극 스타일도 이렇게 매력적일 수 있구나. * 짧은 감상평 :담백하고 깊다. 더할 나위 없는 각본과 연기, 연출이 스크린을 가득 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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