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가 멈추는 날] 전쟁이 멈추는 날

 지구가 멈추는 날 (1951) 감독 로버트 와이즈키아누 리브스와 제니퍼 코넬리 주연의 『지구가 멈추는 날』(2008) 원작

이 영화는 미국 워싱턴 주에 외계 생명체가 나타나면서 시작된다. 크라투라는 인간의 모습을 한 외계인은 거대 로봇과 함께 지구로 와서 사람들에게 메시지를 전하려 한다. 그러나 냉전 중에 세계 정상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것은 불가능하고, 그런 그들에게 ‘크라투’는 그렇게 다투다 다른 행성까지 위험에 빠지면 거대 로봇을 이용해 인류를 멸망시킬 것이라고 경고한다.

이 영화가 제작된 1951년 당시 미국은 냉전 중이었다. 사회주의 진영과 자본주의 진영이 양분돼 서로 갈등하며 권력전쟁을 벌인 것이다. 이런 시대배경을 보면 지구가 멈추는 날에 매카시즘을 볼 수 있다. 매카시즘이란 반공주의 성향의 정치적 집단이 그들을 반대하는 사람들을 공산주의자로 매도하는 태도인데, 이 영화에서 크라투를 정치적 이념이 다른 사람들에 비유해 볼 수 있다. “클럽 투”을 경계하며 얼굴이 다르다는 이유로 공격하는 모습을 통해서 현실에 대한 비판을 엿볼 수 있다. 또”클럽 투”가 전하고자 한 메시지는 간단하게 말하면”적당히 싸우는 “이다. 냉전이 한창이던 이 시기에 이처럼 직접적인 메시지를 띤 영화가 극장에서 상영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래서 택한 방법이 SF 즉 비현실적인 로봇 내지 외계생물체를 앞세워 뒤에서 현실을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단순히 현실적인 메시지를 감추기 위해 집어넣은 요소라기엔 상당히 완성도 높은 로봇의 모습을 보여준다. 『지구가 멈추는 날』에서 거대 로봇은 온몸이 어떤 공격에도 고장나지 않는 은색 특수강으로 된 사람의 모습을 하고 있다. 눈에서는 빔을 쏘며 공격도 할 수 있다. 이 로봇은 머리가 둥글고 마치 군모를 쓴 듯한 모습을 하고 있는데, 이는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직후의 시대상과 관련이 있는 듯하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이 영화에서 로봇은 또 다른 나라의 군인으로 볼 수 있다. 제2차 세계대전과 전쟁이 끝난 뒤에도 냉전시대가 계속되면서 사람들의 삶은 피폐해졌을 것이다. 실제로 미국과 소련의 핵문제로 인해 실제로 핵전쟁이 일어나 모든 인류가 멸망한다는 공포도 도처에 존재했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거대 로봇이라는 인간의 힘으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외계의 발달된 물질을 상상함으로써 전쟁의 중재자를 만들어 낸 것이다.

이러한 생각은 토머스 홉스의 사상에서 찾아볼 수 있다. 특히 토머스 홉스의 ‘리바이어던’이 이 영화의 토대가 된 것이 아닐까 하는 추측을 할 수 있다. 홉스에 따르면 인간의 본성은 스스로 욕망의 절제가 어렵고,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자신의 이익을 위해 타인에게 피해를 주거나 강자가 약자를 억압하고 착취하는 등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 상태가 나타난다. 이를 전쟁과 같은 혼란상태라고 부르며 이런 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을 제시하는데, 그것이 사회계약설이다. 사회 구성원 전원이 한성원에게 대표 자리를 위임해 국가 전체의 대표가 되도록 하는 것이다. 그렇게 강력한 통치자가 된 한 사람이 인간의 본능을 억압하는 계약을 만들어 전체 다수를 보호하고 평화를 유지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여기서 한 사람이 지구가 멈추는 날의 거대 로봇이라고 생각된다. 전쟁이 끝날 것 같지 않은 현실에서 작가는 외계 행성의 거대 로봇이라는 엄청난 힘을 동원해서라도 무분별한 전쟁을 끝내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